2006년 03월 17일
WBC 한일전 관전

자리를 찾아 도착해보니 앗 이럴수가, 노란 저 기둥은?! 바로 파울존 폴이 눈앞에 떡하니 있는것입니다. 이런 낭패가...원래 티켓 끊을 때 봤던 좌석표에는 좀 더 내야쪽 자리였는데 실제로는 이런 귀퉁이 자리일 줄이야... 어쨌든 저 거대한 장애물이 시선을 꽤나 거슬렸지만 그래도 이 자리 주변에 한국 응원단이 특히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 앞에 앉은 신체 건장하고 파란 유니폼을 사입은 교포 청년들이 끊임없이 일본의 좌익수 타무라를 놀려댔거든요. 1루 외야쪽에 갔었더라면 이치로를 놀려줄 수 있었을텐데. ㅎㅎ
경기 중간에는 별로 찍을 사진이 없었습니다. 계속 0의 행진이 이어지니 별달리 특별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죠.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들은 공수교대 타임에 구장에서 준비한 노래 따라 부르기,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사람 전광판에 잡아주기, 문제 맞추기, Kiss Time 등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피츠버그 PNC Park 때랑 진행 방식은 비슷하더군요.

그 중 하나가 티셔츠 나눠주기인데, 양쪽 라인에 도우미들이 나와서 큰 공기 총에 티셔츠 통을 담아 퐁퐁 하고 쏴주는데 꽤나 멀리 나갑니다. 환호를 열심히 하는 관중석 쪽에 쏴주는데 문제는 이 많은 관중에게 겨우 네번 쏘고 들어가더라니까요. 제 바로 앞에 있던 아저씨는 이병규가 연습하고 던져준 공을 받았는데 손에 카메라만 안들고 있어었도 점프해서 받는건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사진이 좀 흔들렸는데, 3m*4m 정도 되는 태극기를 올렸다 내렸다 파도타기 하는 모습도 잡혔습니다. 월드컵 때의 대형 태극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인이 아닌 관객들은 매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지요. 심지어 '해병전후회' 깃발을 흔드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크...
전체적으로 이번 경기의 한국 관중들의 응원 방식은 이곳에서도 큰 볼거리이고 쇼크였을 겁니다. 수만명이 응원을 하니 시끄럽긴 한데 굉장히 잘 정리되고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는 응원을 한국 사람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노란 파울폴이 시선을 방해했지만 그래도 가까이에 불펜이 있어서 대기중인 한국, 일본 투수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1층 불펜은 일본이, 2층은 한국이 사용하는 구조) 사진 속의 투수는 김병현입니다. 그런데 포수는 한국 포수가 아니고 미국인 포수들이더군요.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닙니다만. ^^:

9회에 빈자리를 찾아 내야쪽으로 슬쩍 자리를 옮겼습니다. 확실히 잘 보이더라구요. 사진과 달리 실제로 보면 훨씬 크고 가깝게 보입니다. 그런데 저 사진은 곧 집에 가겠거니 하다가 홈런 맞은 직후의 모습입니다. 홈런 축하 불꽃의 연기가 내야까지 퍼져서 화면에도 잡혔네요.

9회 2사에 모두들 일어나서 대~한민국을 외치다 결국 삼진으로 경기가 끝나는순간입니다. 정말 짜릿한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2-0으로 끝나지 않고 2-1로 끝났기에 더더욱 긴장에서 환호로 전환되는 효과가 컸지요.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랑은 거리가 멀지만 이 순간만큼은 절로 대한민국 만세~가 나왔습니다.

경기장을 벗어나서 뒤돌아보니 입장할 때 서두르느라 제대로 못본 Angel Stadium이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미국 야구장들은 하나하나가 예술입니다. Angel Stadiuim은 구장을 거대한 옥외 주차장이 360로 둘러싸고 있는 특이한 형태인데 넓은 주차장과 출입구 덕택에 그 많은 관중이 빠져나가는데도 교통 체증은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을 응원한 사람들은 경기의 여운을 주체하지 못해 차에서 경적을 울려대기도 했고, 반면에 일본 사람들은 조용히 서둘러 나가는 모습들이 보였지요. 승-패라는 명확한 구분 때문에 어두운 밤인데도 상반된 분위기가 공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평생 직접 경기장을 찾아와서 관람한 큰 게임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렇게 운좋게 훌륭한 경기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 by cmpark | 2006/03/17 16:53 | 일상다반사 | 트랙백 | 덧글(3)




